내가 이 우아한 노란 빛의 밀랍을 만나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몇차례의 실패를 거쳤지만, 나는 이 밀랍의 영롱한 노란 빛과 은은한 향에 계속 끌렸다.내 눈에는 너무 특별해 보였다.결국 순수 천연 밀랍만으로 화장품 용기를 만들게 되었다.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최초의 시도였다. 밀랍은 매우 오래된 것이지만 또 다시 새로운 것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은 다시 자연으로부터 답을 구해야한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밀랍은 꿀벌이 벌집을 만들기 위해 체내에서 만들어내는 상온 고체형 지방 성분으로, 적정 온도를 가하면 액체로 변하게 된다. 지방성분이기에 물에 섞이지 않으며, 미생물이 잘 번식하지 않는 항균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신기한 천연 물질이다. 꿀과 로열젤리를 담고 있던 방의 구조 역할을 했기에, 밀랍 자체에는 은은한 꿀향이 배어있다.그래서 밀랍으로 초를 만들어서 태우면 그 은은한 꿀향이 한가득 퍼지는데이는 공기정화 효과 및 기관지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밀랍 초는 언제부터 우리가 사용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에게서 멀어졌을까? *왼쪽 사진 : 조선시대에는 보물처럼 귀했다는 밀랍초 (출처-월간민화, 2019년 7월호)- 용무늬가 새겨진 용초는 너무 귀해 궁궐이나 사찰에서만 사용했다.*오른쪽 사진 : 양봉농가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밀랍 덩어리들 (직접 촬영)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초를 사용했던 기록들이 발견된다고 하지만,밀랍초의 재료는 주로 야생 벌집에서 채취해야했기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밀랍초는 매우 귀한 재료였다고 한다. 서민들은 일생에 단 한번, 결혼식을 할 때 밀랍초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화촉' 이라 불렀다.그래서 '화촉을 밝히다'라는 아름다운 표현이 현재까지 전해진다.조선시대에도 밀랍초는 보물처럼 귀했기에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했고, 사적 매매를 엄격히 금하였다고 하며,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에게 왕이 하사하는 선물에 포함되었을 정도라 한다. 태어나서 지금껏 밀랍초를 한번도 본 적이 없던 나를 비롯해서사람들의 기억속에 밀랍초의 존재가 서서히 잊혀져 간 것은 아마도 산업 혁명으로 전기와 파라핀 소재의 양초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부터가 아니었을까. 얼마 전, 공기좋고 물좋은 강원도 산자락 깊숙한 곳에서30년 넘게 로열젤리와 양봉을 하시는 농가에 다녀왔다. 작년 가을에 밀랍을 수확하신 후 여러차례 끓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성을 들인 끝에,이렇게 예쁜 노란빛 밀랍 덩어리들을 만드셨다고 한다. (위쪽 사진 참조)실제로 양봉을 하시는 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밀랍을 보통 '밀~'이라고 발음을 하셨다. 그게 참 특이해서 여기저기 사전을 찾다보니 밀, 밀랍 모두 다 표준어, 순 우리말. 그런데 프랑스어로 '밀, Miel' 은 달콤한 꿀을 뜻한다. 밀과 꿀, 정말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신기하지 않은가!밀라비 브랜딩은 이렇게 찰떡, 아니 꿀떡같이 시작되었다. 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다.La vie en miel. 인생은 꿀같이 달콤한 것.miel, la viemiel, la bee (꿀벌은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bee로 바꿨다)영어 발음도 밀라비, 밀랍이 담아낸 밀라비 이렇게 내 인생 최고의 브랜드가 탄생되었다.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나눠준 꿀벌의 부지런함과,쓸모없다고 버리지 않고 정갈하게 모아둔 농부의 정성.이 오래된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