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7.26 병원 블로그에 작성한 글 / 나를 사랑하는 힘.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 나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때로는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나머지 피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 지나친 집착도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vs반면에 너무나 자기 얼굴을 소홀히 대하고 전~~혀 관심도 없는데, 악화되는 피부상태를 주변 사람이 보다못해 병원에 데려오는 상황.나의 경우는 후자의 경우가 더 힘들다.특히 아토피 피부염이나 여드름이 심한 중고등학생들의 경우가 제일 대화하기 힘든데, 마지못해 부모 손에 이끌려나와 의사 앞에 마주한다.아들딸의 시선은 이미 멍하니 먼 곳에 가있고, 귀는 내 말을 한쪽으로 흘려듣는 눈치다.질문에 대답하는 건 늘 옆에 서있는 부모님.부모님 속만 애가 타는 시간, 어색한 삼자대면의 시간이다.# 세살된 우리조카는 이제 제법 말을 잘 한다.자기자신을 부를 때는 내가~ 라고 하지않고, ㅇㅇ이가~ 라며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말한다.세상의 중심은 온통 자기자신을 향해있다고 믿으며, 늘어가는 단어의 갯수만큼 부쩍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할 줄 아는 가장 현명한 시기(물론 1순위는 엄마).그랬던 아이가 성장을 한다. 그런데 성장을 할 수록 그만큼 자기자신을 사랑하기가 힘들어진다. 성장과 자기부정은 늘 같이오는것일까?혹시 더이상 내가 내 이름을 사랑스럽게 불러주지 않아서일까?항상 남이 불러주는 내 이름만 듣다보니,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해져서일까?다들 하나같이 태어날때는 다 예쁘고 다 잘생긴 귀한 사람들인데...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외모나 성격, 성적을 주변과 비교당하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점점 자존감이 약해지고, 어느 시점부터는 자기자신을 돌보는 힘마저 놓아버리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것 같다.이런 시기가 잠깐 스쳐가는 질풍노도의 시기때문이라면 괜찮겠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있는 분들을 볼 때마다, 지난 번에 만난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학생도, 부모도 너무 안타깝고 또 안쓰럽다.# 한 사람의 얼굴 피부만 봐도 그 사람이 자기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질 때가 많다.바빠서 나를 돌보는 것이 힘들고 너무 귀찮아서 잘 씻지않거나,화상을 입어 피부에 수포가 큼지막히 올라왔으나, 다 터지고 너덜너덜해지고 나서야 병원에 오거나(병원올 시간은 없었으나 술은 마신다),가뭄에 논바닥마냥 피부가 쩍쩍갈라지고 하얀 각질이 떨어짐에도 무리하게 때를 밀거나 피부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극건조증, 만성 가려움증 환자분들...vs누가 시키지않아도 매주 레이저 시술을 예약하시고 꾸준히 관리를 받거나,작은 상처하나, 뾰루지 하나에도 흉터가 남을까 걱정되어 진료를 받으러 오시고,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피부관리 습관에 대해 상담을 해드리면, 곧바로 바꾸시고 오랫동안 먹던 약을 끊게되는 분들도 있었다. 꾸준히, 그리고 적당히 피부에 집착을 하는 이런 부지런한 분들을 보며 나 또한 늘 반성한다.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정작 내얼굴에는 레이저 한샷 맞기 힘든 나로써는, 꾸준히 피부관리를 하시며 예쁘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시는 분들이 가끔은 부러울 따름이다.오늘도 거울을 보니, 차마 우리 조카처럼 거울에 얼굴을 맞대고 뽀뽀는 못하겠군아....ㅠㅠ# Love yourself.BTS가 그렇게 목이 터져라 10대, 20대들을 향해 외쳐주었으나,정작 실천하기는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세살때는 너무나 쉬운데, 열세살만 되어도 너무 지키기 힘들어지는 말.나를 사랑하는 힘의 비밀은 세살된 우리 조카에게 자주 물어봐야겠다.현직 피부과 의사에게 또 한번 큰 가르침을 주시는 너무나도 귀엽게 이기적인(?) 미모천재 조카님ㅎㅎ덕분에 오늘은 나도 속으로 내 이름을 한번 불러본다. 두번 불러본다.조금은 더 나를 사랑하는 힘이 커질까 하고...